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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트럼프 시대]취임 첫 행선지 CIA선 “사랑하고 존경”…언론엔 “전쟁”

21일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자리한 중앙정보국(CIA) 본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랭글리/UPI 연합뉴스
21일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자리한 중앙정보국(CIA) 본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랭글리/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다음날 첫 행선지는 버니지아주 랭글리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본부였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여부를 두고 옥신각신했던 CIA에 “실은 매우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화해의 메시지보다는 언론 비판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트럼프는 21일(현지시간) CIA 임무 도중 숨진 직원들을 기리는 ‘메모리얼월(추모의 벽)’ 앞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400여명의 직원들 앞에서 “당신들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면서 “나보다 더 여러분을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또 CIA가 정부의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면서 “이제 그만 지원해도 된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국 언론들은 대선 이후 러시아 스캔들로 틀어진 CIA와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성매매 동영상 등 트럼프에게 불리한 정보를 쥐고 흔들려 했다는 기밀보고가 언론에 유출되자 트럼프는 “우리가 지금 나치 치하 독일에 사는 것이냐”며 비난했고, 존 브레넌 CIA 국장과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CIA를 대하는 태도는 며칠 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랭글리에서 이슬람국가(IS)를 공공의 적으로 내세우며 “우리는 다시 승리할 것이고 여러분들은 앞장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가 지난주 상원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테러용의자에 대해 물고문을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언론과 싸움을 벌였다. 자신의 취임식에 온 사람들이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보다 적었다는 언론 보도를 반박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오늘 아침 일어나 TV를 보니 텅 빈 광장을 보여주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내가 연설을 하며 쳐다봤을 때 광장에는 150만명이 왔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과 달리 트럼프 취임식 현장 참석자는 물론 TV 시청자 또한 2009년 오바마 취임식 때보다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취임식을 지켜본 시청자가 3060만명인 반면 오바마의 첫 취임식 당시에는 3780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있었던 환영인파의 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예고했던 대로 ‘오바마 지우기’에 시동을 걸었다. 2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백악관에 와 맨 처음 한 일은 전임 정부가 도입한 건강보험제도인 오바마케어 폐지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이었다. 정부 기구들이 오바마케어 관련 조항 시행을 미루거나 개인이나 보험사업자의 의무를 면제해줄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다. 트럼프는 또 이날 밤 모든 정부 기관에 ‘규제 동결’을 지시하는 행정조치를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조치로 인해 지난해 말 오바마의 온실가스 감축 ‘대못박기’ 등 일련의 규제들의 시행이 중단된다고 전했다.


백악관 홈페이지에서도 오바마의 흔적은 사라졌다. 기후변화와 성소수자(LGBT) 정책을 소개하는 웹페이지는 20일 트럼프 취임과 동시에 없어졌다. 시민권, 이민, 이란 핵협상 등 오바마 정부 정책의 핵심을 소개하던 자리에는 ‘아메리카 퍼스트’ 문구를 앞에 단 에너지, 외교정책이 들어섰다.


트럼프가 처음 만날 외국 정상은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로 정해졌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이 27일 미국에서 회동한다고 21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트럼프는 당선 뒤 메이와의 통화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를 언급하며 그런 관계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첫 정상회담 상대를 영국 총리로 정함으로써, 두 나라의 특별한 관계를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메이에 이어 트럼프가 두 번째 만날 정상은 멕시코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AP통신 등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