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의 적십자 의료진이 2015년 1월28일(현지시간) 수도 몬로비아의 한 마을에서 에볼라로 숨진 아이의 시신을 수습해 들고 가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그것은 국경을 마구 넘나들며 부자, 가난한 사람을 가리지 않습니다. 이것에 취약한 사람들부터 보호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보호하는 길입니다.”
에르나 솔베리 노르웨이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전염병의 위험성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영국의 의료연구 지원재단 웰컴트러스트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전염병 대비 혁신을 위한 연합(CEPI)’은 이날 메르스, 라사열(Lassa fever), 니파바이러스(Nipah Virus)를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데 드는 돈 4억6000만달러(약 54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질병들은 사람과 동물 모두 걸리는 인수공통전염병에 치사율도 높지만 아직까지 백신이 없습니다. 노르웨이, 독일, 일본 정부도 계획에 동참합니다.
지구촌을 덜덜 떨게 만든 에볼라 공포, 그리고 한국을 세계적인 전염병 국가로 만들어버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브라질 월드컵에 전염병의 그림자를 드리운 지카바이러스... 국경을 넘어 항공기를 타고 이동하는 바이러스와 세계를 휩쓰는 ‘글로벌 전염병’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백신입니다. 세계는 에볼라를 교훈삼아 글로벌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요.
■제2의 에볼라를 막아라
CEPI와 각국 정부는 삽시간에 1만명 넘는 사망자를 낸 에볼라 바이러스 대유행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합니다. 에볼라는 1976년 처음 인간 전염사례가 발견됐습니다. 치사율이 높은 질병이지만 발병지역이 그리 넓지 않아 위험한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서부 국가들에 있는 도시로 번지면서 전염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도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세계는 긴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에볼라로 약 1만1000명이 숨졌고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발병 국가들의 의료시스템과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에볼라 말고도 지난해 브라질에서는 지카 바이러스가 퍼져 신생아 수천명이 소두증을 안고 태어났지요.
▶[인포그래픽]한눈에 보는 에볼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각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실험용 백신을 5년 이내로 2개씩 만들어 발병시 저소득 국가와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배포한다는 계획입니다. CEPI는 백신 개발에 5억달러가 더 필요하다면서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에볼라에 강타당한 마을, 봉쇄 때문에 “굶어죽을 판”
국내에서는 아직 전염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라사열은 나이지리아 라사 마을에서 발견돼 미국, 캐나다, 독일, 영국 등으로 퍼진 풍토병입니다. 전염이 잘 되고 치사율이 높아 격리치료를 해야 하며 발견 즉시 세계보건기구(WHO)에 통보해야 합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아프리카 여행이나 봉사활동을 많이 가는 일본, 홍콩에도 병이 돌았습니다. 아프리카 사바나지역에 서식하는 다유방쥐의 침이나 오줌에서 바이러스가 주로 발견되며 사람에게는 상처나 점막 등을 통해 전염된다고 합니다.
초기 증상은 두통, 발열, 권태감, 기침, 설사, 복통 등 장티푸스와 비슷합니다. 건강한 상태를 회복하려면 수개월 걸리고 탈모나 청력손상 등 후유증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예방 백신은 없습니다.
박쥐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WHO웹사이트
니파바이러스 또한 급성, 열성 질병을 유발하는 인수공통전염병입니다.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뇌염을 유발하며 치사율이 높습니다. 잠복기는 4~18일정도로 발열, 두통, 졸음 등의 증상을 보이다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합니다.
중간숙주인 돼지가 타액 등으로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합니다. 돼지는 감염되면 주로 호흡기증상 및 신경증상을 보입나다. 자연 숙주는 과일박쥐로 확인됐습니다. 감염된 박쥐에 오염된 대추야자 수액을 섭취해 감염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1998년 처음 말레이시아에서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이듬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양돈장에서 유행했습니다. 약 300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100여명이 숨졌습니다. 당시에는 사람 간 전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1년 방글라데시, 인도 등에서는 사람 간 전염 사례가 꾸준히 확인됐습니다. 이후 대규모 감염사례는 나타나지 않았고 이를 예방할 백신은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제레미 퍼라 웰컴트러스트 이사는 여지껏 공기 중 전염되는 질병은 없었다면서 “그동안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잦은 이동, 인간과 동물 간 접촉 기회 증가 등 전염병 확산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에볼라보다 더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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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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