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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대인 생체실험’ 독일 의사 유골, 38년 만에 의학실습장으로



“멩겔레가 수용소 지붕 위에서 여자 아기를 던지는 걸 봤어요. 그는 악마예요.”


92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츨라 게베르츠 할머니는 치를 떨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천명을 생체실험하고 가스실로 보내 “죽음의 천사”라고 불렸던 독일인 의사 요제프 멩겔레의 유골이 대학에서 법의학 수업 자료로 쓰인다는 소식을 듣고 한 말이다. 1월11일(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대 법의학과 수업에 멩겔레의 유골이 학습 자료로 등장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생전 법의 심판을 피한 멩겔레는 뒤늦게 교실에서 역사교육의 자료가 됐다.


멩겔레는 전범재판을 피해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을 전전해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다 1985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시신으로 발굴됐다. 당시 발굴 작업에 참여했던 다니엘 호메로 무노스 상파울루대 법의학 학과장은 몇개월 전 정부당국으로부터 멩겔레의 유골을 수업에 써도 된다는 허가를 받아냈다. 무노스는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관련 기록과 오랜 추적을 피했던 멩겔레의 유골을 비교해보는 일은 고인의 행적을 되짚는 법의학에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멩겔레는 전쟁이 끝난 뒤 독일을 떠나 맨 처음에는 아르헨티나에 머물렀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0년 넘게 살다가 다시 파라과이로 떠나야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머무르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대외정보국 모사드에 잡혀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1960년 브라질 상파울루로 넘어갔다가 독일인 볼프만, 리졸레테 보서트 부부의 도움을 받아 몸을 숨길 수 있었다.


멩겔레는 67세였던 1979년 상파울루주 베르치오가의 한 해변에서 수영을 즐기다 익사했다. 보서트 부부는 그를 상파울루 외곽의 한 묘지에 묻고 묘비에 볼프강 게르하르트라는 엉뚱한 이름을 적었다. 하지만 수년 뒤 보서트 부부가 독일에 있는 멩겔레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독일 정보당국이 가로채면서 들통났다. 시신 발굴단은 유골을 분석해 멩겔레의 얼굴과 일치한다고 판단했다.


홀로코스트 시절 독일 라벤스부르크 캠프에 수용됐던 게베르츠 할머니는 멩겔레의 명령으로 뜨거운 물과 얼음물에 옷을 벗고 들어가야 했던 끔찍한 기억을 회고했다. 상파울루대 역사학과 교수 마리아 루이사 투치 카네이로는 멩겔레의 유골로 공부하는 학생들이 과학을 넘어 역사, 윤리학까지 배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카네이로는 “학생들은 뛰어난 의사, 과학자들이 어떻게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민족을 탄압하는 데 그들의 지식을 악용했는지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