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계

“미 대선 해킹, 푸틴이 지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흠집 내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직접 해킹을 지시했다는 미 국가정보국(DNI) 보고서가 나왔다. 미 정보기관의 공식 보고서에 러시아 대통령이 해킹의 배후로 명시된 것이다.


DNI는 1월6일(현지시간) 공개한 25쪽 분량 기밀해제 보고서에서 “푸틴이 해킹을 지시했다는 결론은 분명하다”면서 그의 지시를 받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 대선을 방해하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e메일을 해킹했으며 악플러들에게 돈을 주고 소셜미디어에 악성 댓글을 달게 하는 등 전방위 방해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푸틴이 어떻게 해킹을 지시했는지 구체적 정황은 공개돼 있지 않다. 보고서는 정보원이나 정보수집 방법이 노출될 경우 이후 정보활동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의회 지도부는 물론 트럼프 당선자에게도 전달됐다. 그간 러시아 연루 의혹을 줄곧 부인하던 트럼프는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의 해킹 시도를 마지못해 인정했다. 그러나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튿날 트위터로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 바보들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러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더 미국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처음부터 트럼프를 지원하려고 해킹한 것은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러시아 정부의 트럼프에 대한 호감이 선거 막판 증가했다는 보고서 문구에 주목했다. 어디까지나 러시아 해킹의 목표는 푸틴과 껄끄러운 사이인 클린턴 흔들기였다는 것이다. DNI는 보고서에서 러시아 정부가 해킹을 시작한 시점을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도 전인 2015년 봄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푸틴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불거진 2012년 대선 당시 악연도 거론했다. 푸틴의 3번째 대선 출마를 두고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졌을 때 푸틴은 클린턴이 개입해 선동했다며 격노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4월 나온 조세도피처 폭로 문서인 ‘파나마 페이퍼스’와 러시아 올림픽 대표팀의 집단 도핑 스캔들도 해킹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미국이 배후에 있다는 푸틴의 발언을 다시 언급했다. 미 정부 자체에 대한 반감이 해킹 지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