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불능 팔레스타인인 사살 이스라엘 군인, 유죄판결...네타냐후 총리 등 우익들은 반발

항거불능 상태의 팔레스타인인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이스라엘 군인 엘로르 아자리아(왼쪽에서 세번째)가 1월4일 텔아비브 군법원에서 가족들에 둘러싸인 채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텔아비브|AFP연합뉴스

쓰러져 저항할 수 없는 팔레스타인인을 총격으로 숨지게 한 이스라엘 군인에게 살인죄 판결이 내려졌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법원은 지난해 3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총에 맞아 길바닥에 쓰러진 압델 알파타 알샤리프를 다시 총으로 쏴 사살한 육군의무병 병장인 엘로르 아자리아에게 살인죄 판결을 내렸다.

군법원 판사 마야 헬러 대령은 “쓰러진 사람이 테러리스트라고 해서 아자리아의 부적절한 대응을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에루살렘포스트 등은 구체적인 형량은 15일쯤 나올 예정이라면서 아자리아가 최고 징역 20년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아자리아 측 변호인은 즉각 항소하겠다고 했다.

아자리아는 지난해 5월 재판에 회부된 이후 줄곧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알샤리프가 칼을 휘두르며 이스라엘군을 해치려고 했고, 그가 착용한 옷이 자살폭탄조끼라고 판단해 더 큰 인명피해를 막으려는 차원에서 사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검찰과 재판부는 아자리아의 증언이 계속 바뀌고 부정확하다며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아자리아의 총격 장면은 이스라엘 인권단체 ‘비첼렘’ 활동가에 의해 촬영되고 공개되면서 공분을 샀다. 영상을 보면 알샤리프는 다른 군인의 총에 맞아 거의 움직임이 없는 채로 길바닥에 쓰러져 있다. 아자리아는 11분이나 지난 후에 알샤리프쪽으로 다가가 그의 머리를 향해 조준사격을 했다. 팔레스타인 정부 대변인은 “이 장면이 비디오로 촬영돼 전 세계로 알려져 이목을 끌었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 지휘부도 아자리아가 교전수칙을 어겼다며 옹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극우 정치인들의 입장은 달랐다. 특수한 상황이었으며 아자리아의 대응은 정당했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특히 아자리아와 그 가족들에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날”이라며 아자리아의 사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나프탈리 베네트 교육장관은 “재판 전체 과정이 오염됐다”며 재판부를 비난했다. 아비그도르 리버만 국방장관도 “이번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