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근거 없이 의혹만 제기하는 통에 참모들만 연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타워에서 도청을 지시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옹호하려다 망신만 당한다.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전자레인지도 사찰도구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발언을 옹호했다가 놀림거리가 됐다. 그런 콘웨이를 구하려고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나섰다.
스파이서는 14일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콘웨이가 농담을 한 것이고 주장했다. 스파이서는 “정리가 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건 농담이었다. 그 문제는 안심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콘웨이는 전자레인지조차 몰래카메라로 쓰일 수 있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옹호했다. 콘웨이는 12일 뉴저지 버건카운티 지역신문 더레코드와 인터에서 “휴대전화, 텔레비전 등이 감시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사를 봤다”면서 “전자레인지도 카메라로 둔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조롱하는 말과 패러디는 쉴 새 없이 쏟아졌다. CBS 토크쇼 <레이트쇼> 진행자 스티븐 콜버트는 전자레인지가 카메라가 될 수 있다는 콘웨이의 말은 사실이라면서 전자레인지 안에 놓인 카메라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 나는 당신이 그립다”고 속삭였다. 케이블 채널 코미디 센트럴은 트위터 계정에 “스파이활동” 버튼이 달린 전자레인지 사진을 올렸다.
콘웨이가 백악관 내 집무실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습도 놀림거리가 됐다. 누리꾼들은 콘웨이가 카메라 대신 전자레인지로 사진을 찍는 합성사진을 트위터 등에 올리고 공유했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믹서기, 밥솥 등 다양한 가전제품 사진을 올리고는 “전자레인지가 리더이긴 하지만 다른 녀석들도 꽤 영리하다. 조심하라”고 썼다.
콘웨이는 다음날인 13일 트럼프 캠프가 전자레인지로 도청당했다고 주장하려던 게 아니라 그만큼 감시활동이 다양하게 벌어진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오바마가 트럼프 도청을 지시했다는 증거를 대지는 못했다. 콘웨이는 이날 NBC 프로그램 <투데이> 진행자가 결정적인 증거가 있냐고 계속해서 묻자 “나는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왜 의회에서 조사를 하겠냐. 그게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고 궤변을 늘어놨다.
백악관도 오바마가 도청을 지시했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섰다. 스파이서는 “대통령은 모든 감시활동을 아우르는 말로 도청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오바마가 도청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시인한 것이다. 그러나 근거 없이 의혹만 제기하는 행태는 여전했다. 하원 정보위원회는 이날까지 트럼프 발언을 뒷받침할 증거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법무부는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파이서는 “오바마 정부가 2016년 대선 당시 감시활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만 했다.
근거를 제시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때 트럼프를 지지했던 MSNBC 아침 토크쇼 <모닝조>의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 거냐?”며 해명을 요구했다. 브레진스키는 “나는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서 “왜냐하면 그건 정말 심각한 주장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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