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일부 파기 선언을 한 직후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새 이란 제재조치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의 금속제품 수출을 제재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 제재 수위를 계속 높이며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이란 수출경제의 10%를 차지하는 금속제품 수익 차단을 목표로 했다”며 “미국은 어떤 나라도 이란산 금속제품을 항구에 들이지 못하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품목은 철강·알루미늄·아연·구리다. 석유를 제외하면 이란에 가장 많이 외화를 벌어다주는 제품들이다.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 예외 인정 중단에 이어 이란의 돈줄을 더욱 옥죄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 핵합의를 지켜내려는 유럽국들도 압박했다. 미국의 이란 제재 우회거래를 돕기 위해 프랑스·독일·영국이 만든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도 가동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팀 모리슨 백악관 특별보좌관은 “이란은 핵으로 유럽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유럽국이 인스텍스뿐만 아니라 이란과 우회거래를 돕는 어떤 특수목적법인도 설립하거나 가동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핵합의 당사국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에는 동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이날 이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장관과 모스크바에서 회동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란이 핵합의를 준수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핵비확산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은 “유럽국들이 핵합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해준다면 이란은 합의를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가장 확실한 유럽 동맹국으로 꼽히는 영국조차 우려를 드러냈다. 이날 런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한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이 핵합의를 탈퇴한다면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란 주변국들도 연쇄적으로 핵무장에 들어가 역내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당분간 이란 제제 수위를 계속 높여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란이 그간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정책특별대표는 “이란은 원유 판매 수입이 줄어들면서 국방비 지출을 최고점을 찍었던 2017년에 비해 28%포인트 줄여야만 했다”면서 “우리는 이란을 경제적으로 압박하고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고 그 정책은 지금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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