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가 국가 안보를 지킨다며 만든 법을 악용해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가둬두는 실태를 고발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도지부는 인도령 잠무 카슈미르 지역 공공안전법(PSA)에 따라 2012년부터 2018년 사이 행정구류됐던 210명의 사례를 조사한 보고서 ‘무법천지 법의 폭정’을 1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앰네스티 측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보고서를 발표하려고 했지만, 인도 정부가 막았다. 이에 앰네스티는 홈페이지를 통해 나이를 조작해 미성년자까지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정부 당국의 인권탄압 행태를 고발하면서 오히려 이런 조치들이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앰네스티는 PSA가 사법당국이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하고 구류 조치를 남발하게 하는 도구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1978년 제정된 PSA는 명백하게 범죄 행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향후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일을 벌인 사람들을 예방 조치 차원에서 잡아들일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처벌 행위를 분명히 명시하지 않아 구류 사유는 만들기 나름이다. 보고서에 공개된 경찰 조서에는 “끔찍한 돌 던지기” “고질적인 반사회적 요소” “평화주의자에 낙인찍기” 등이 구류 사유로 열거됐다.
조사대상 중 71명이 구류를 2회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PSA에 따른 구류기간은 최대 2년이다. 전체 구류자 중 90%에 대해선 형사소송절차도 동시에 진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이끈 자후르 와니 앰네스티 인도지부 연구원은 “경찰은 혐의점을 특정해야만 하는 형사 절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PSA가 보석 등으로 풀려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을 잡아두기 위한 안전장치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법당국의 서류조작, 폭력 등 부정행위도 보고됐다. 무함마드 이브라힘 다르는 2017년 5월 당시 14세에 불과했지만 경찰은 조서에 그의 나이를 22세로 적었다. 2016년 9월 17살이었던 주바이르 아흐마드 샤도 경찰이 나이를 22살로 조서를 꾸민 탓에 구류됐다. 샤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경찰들이 나와 다른 아이들을 구타했고 옷을 벗겼는데 매우 수치스러웠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법원도 경찰의 구류신청을 80% 넘게 기각하긴 했지만 서류조작·불법구류에 대한 진상조사 개시 등 처벌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비판받았다.
잠무 카슈미르 지역 주민들은 인도민 대다수와 다르게 이슬람교를 믿는다. 여기에 인도로부터 독립 내지는 파키스탄으로 병합을 요구한다. PSA는 주민들이 이슬람 반군 세력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초점을 맞춘 법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무차별 체포 및 구류조치가 사회 통합을 저해할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이들은 장기간 구류로 학업이 중단될 수밖에 없고, 구류 사실 때문에 청년이 돼서도 구직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분리독립주의 진영 지도자 마사라트 알람 바트를 언급하면서 “그는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고 기소된 적이 없지만 1990년 이래 누적 구류기간이 20년에 달한다”면서 무차별 구류가 카슈미르 주민들의 반발만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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