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중국으로 범죄인 인도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25세 여성 알렉사. 경찰이 쏜 최루가스에 눈이 따끔거렸지만 집으로 돌아와 제일 먼저 한 일은 중국 기업이 만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우는 것이었다. 메신저앱 위챗, 결제앱 알리페이와 온라인 쇼핑앱 타오바오까지 삭제했다. 그리고는 가상사설망(VPN)을 설치하고 암호화 메신저앱 텔레그램을 켰다.
이 모든 행동은 중국 정보당국의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서다. 홍콩 시위대가 중국 정부의 감시와 견제를 따돌리고 시위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가 소개했다. 신문은 홍콩 시위대가 감시국가 시대에 어떻게 대규모 정부 불복종 시위를 벌일 수 있는지 본보기를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콩 시위대는 온라인상에서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중국 당국의 전자 감시체계에 잡히지 않기 위해 생활 방식을 바꾸고 있다. 결제시 개인정보와 이동 노선이 노출되는 선불 교통카드 대신 전차 탑승시 매번 종이 승차권을 사는 식이다. 신용카드도 버리고 상점에서는 현금으로만 물건 값을 낸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 셀카를 찍어 올리지도 않는다. 평상시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폐쇄회로(CC)TV에 얼굴이 찍히더라도 정보 당국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동원해 얼굴을 알아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신문은 2014년 홍콩 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노란 우산을 들고 거리에 나섰던 때와 달리, 지도부가 눈에 띄지 않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슈아 웡 등 10대 시민활동가까지 시위 전면에 나섰던 이들이 모조리 체포되면서 시위 동력이 급속히 약해졌던 것에서 교훈을 얻은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홍콩 경찰은 지난 12일 대규모 거리 집회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수천명 단위의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을 조직한 22세 대학생 이반 입을 체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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