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시리아 제재 위반 혐의로 스페인 남단 영국령 지브롤터 해상에서 체포한 이란 유조선 ‘그레이스1’의 선원들을 조건부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란 유조선이 시리아로 가지 않는다고 약속한다면 선원들이 풀려나도록 정부 차원에서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 10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의 영국 유조선 나포 시도 의혹을 제기하며 영국에 대이란 군사압박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나포 시도는 없었다고 부인한 데 이어 이날 이란 유조선 석방 의사까지 밝히면서 외교적 해법을 통해 중동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헌트 장관은 “이란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과 건설적인 통화를 했다”면서 “나는 그레이스1이 어디서 석유를 실었느냐는 관심이 없고, 시리아로 가지 않는다고만 약속하면 지브롤터 법원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부가 선원 석방을 도울 것이라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지브롤터 경찰은 수사가 계속 진행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레이스1 선원 4명을 기소하지 않고 보석으로 석방했다고 밝혔다. 헌트는 이날 통화에서 간첩혐의로 이란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16년부터 복역중인 자국민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 수감 문제도 논의했다면서 “자리프가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국 정부가 이 문제에서 타협점을 찾을 경우 향후 그레이스1의 시리아 제재 위반 여부 수사, 선원들의 형사처벌에서도 절충안을 모색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알자지라는 영국이 지난 12일 중동 해역에 구축함 HMS덩컨 파병을 예고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던 시점에 최소한의 외교가 재개됐다고 평가했다. 영국 국방부는 HMS덩컨이 발트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합동 군사훈련을 마친 뒤 수일 내로 페르시아만·오만만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현재 이 지역에 이미 주둔하고 있는 몬트로즈 구축함의 임무 교대로 추가 파병은 아니며, 이곳에서 미군과의 합동 군사훈련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훌륭한 총리가 될 것”이라고 칭찬했던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이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대이란 군사행동에 대한 영국 정부의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존슨 전 장관은 킴 대럭 전 주미 영국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혹평한 외교전문이 공개되면서 사퇴한 바로 다음날인 11일 열린 TV 토론회에서 미국 정부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존슨은 “우리 영국은 미국과 지구온난화·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 접근하는 방식에서 차이를 보였다”면서 “우리는 미국에 매우 단호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존슨은 지난해 5월 미국이 이란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기 바로 직전까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되돌려달라고 설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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