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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솔레이마니 갈등' 석달만에...이라크, ‘미국 시민권자’ 총리 지명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바그다드 대통령궁 집무실에서 총리로 지명한 아드난 알주르피 의원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바그다드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 장기화에 따른 혼란상을 수습할 총리로 친미 성향 인사가 지명됐다.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친미 성향 국회의원 아드난 알주르피에 내각 구성권을 부여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최근 미국과 친이란계 시아파 무장조직 간 무력충돌이 잇따르고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친 혼란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알주르피 의원은 미국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이후 들어섰던 연합 임시정부에서 시아파 성지지역인 나자프 주지사에 임명됐던 인물이다.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세차례 주지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하이데르 알아바디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정당 블록 승리연합 소속 의원이다. 의회 내 대표적인 친미 성향 의원으로 분류되는 알주르피는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는 즉각 환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이라크인들은 스스로 주권을 지키고, 국민의 기본적인 경제 욕구를 충족시키며 부패가 없는 정부를 원한다”면서 “알주르피가 이런 이익을 우선시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것이다”고 밝혔다. 

 

알주르피 의원의 총리 지명은 이라크 주둔 미군과 친이란계 시아파 무장조직 간 무력충돌이 격화되는 와중에 이뤄졌다. 지난 11일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타지 미군기지는 친이란계 시아파 무장단체 소행으로 추정되는 로켓공격을 받았고 미군 장병 2명이 숨졌다. 미군은 이튿날인 지난 12일 이라크의 대표적인 친이란 민병대인 카타이브 헤즈볼라 시설을 대상으로 보복공습을 벌였다. 이날 오전에도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60㎞ 떨어진 미군 주둔 베스마야 기지에 두 발의 로켓이 떨어졌다. 

 

친미 성향 알주르피 의원의 총리 지명으로 이라크의 혼란상이 수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의회 내 대표적인 친이란 정당블록인 파타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먼저 총리에 지명됐던 무함마드 알라위 전 통신부 장관은 반정부 시위대 요구에 부응해 전문가 관료 내각을 꾸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의회가 내각 명단을 거부하면서 총리직에 오르지 못했다. 알주르피 의원은 30일 내로 내각 명단을 제시하고 의회 동의를 얻어야만 총리직에 오를 수 있다. 

 

이라크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경제난,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져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정부의 무차별 강경진압으로 최소 550명이 사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혼란이 증가하고 있다. 이라크 보건당국은 이날까지 코로나19 확진자는 154명, 사망자는 11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사퇴 의사를 밝혔던 아딜 압둘마흐디 총리는 알라위 전 장관의 총리직 불발에 의회를 비난하며 즉각 사퇴하겠다고 밝혔다가 코로나19 확산 위기에 결정을 번복했다. 산유국 이라크로서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저유가 장기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