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이 일주일의 사전 예고를 하고 발표됐다면 ‘나쁜 자들’이 그 일주일간 우리나라로 몰려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나쁜 ‘녀석들’이 밖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 아침(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이슬람 국가 7개국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킨 반이민 행정명령이 국가안보를 위해서였다고 재차 주장한 것이다.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30일 오전 MSNBC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나라의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라면서 “트럼프는 평화를 사랑하는 무슬림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무슬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며 차별하는 트럼프의 조치를 한목소리로 비난하고 있다.
■ “캐나다는 난민 환영”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8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남유럽 국가 정상회의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한 트럼프 정부에 함께 맞서자고 촉구했다. 올랑드는 “유럽이 제 할 일을 다하는데 트럼프가 난민 받아들이기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위터에 토론토국제공항에서 시리아 난민 아이를 환영하는 사진을 올리며 “캐나다인들은 종교에 상관없이 전쟁, 박해를 떠나온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고 썼다. 기독교도 난민만 우선 받아들이겠다는 트럼프의 말과 대비됐다. 이탈리아는 “장벽 대신 다리를 놓아야 한다”면서 30일 로마공항에 들어온 시리아 난민 41명을 받아들였다. 스코틀랜드도 난민들을 환영하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입국금지 대상국 리스트에 오른 이란은 미국인 입국금지 조치로 맞대응했고, 이라크 의회에도 30일 같은 법안이 제출됐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정부는 “극단주의와 테러를 특정 종교와 결부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영국 정부 사이트의 트럼프 입국금지 온라인 청원에는 10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
■ 실리콘밸리도 ‘분노’
미국 내 반발은 더 거세다. 대선 패배 이후 말을 아껴왔던 힐러리 클린턴은 29일 트위터에 “우리의 가치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모인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썼다. 수도 워싱턴의 관문인 덜레스공항에서 시작된 항의 시위는 전국 대도시들로 확산됐다.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는 29일 “우리는 무슬림이다”를 외치며 아이부터 노인들까지 시위를 했다. CNN은 30일 “미국의 주요 공항들이 항의 시위의 ‘그라운드제로’가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29일까지 노벨상 수상자 20명을 포함해 2000명이 넘는 학자들이 행정명령 철회 청원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민자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실리콘밸리도 우려를 표했다. 인도계인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직원 최소 187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화가 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이 나라의 안전은 지켜야 하지만 실제로 위협이 되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28일 트위터에 “자유의 여신상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린다”고 썼다. 슈머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뒤집을 법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법은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구금된 이라크 남성의 추방을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매사추세츠, 버지니아, 워싱턴주 연방판사들도 적법한 비자를 받은 난민들을 추방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을 잇달아 내렸다. 매사추세츠 법원은 여행객을 공항에 억류해서는 안된다는 판결도 같이 내놨다. 뉴욕, 캘리포니아 등 15개주 법무장관들은 29일 공동성명에서 행정명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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