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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슬림 입국 금지’에 전 세계 분노 확산


“더 나은 삶을 찾아온 사람들일 뿐인데 도널드 트럼프는 그들에게 열려 있던 문을 닫았다.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이런 나라는 미국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설마 했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고 있다. 트럼프는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을 막겠다며 7개 이슬람 국가 국적자의 미국 입국을 막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아메리칸드림’으로 상징되는 기회의 나라, 이민자들을 끌어안으며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노골적인 차별을 공식화하면서 이주자와 난민들에게 문을 닫아걸자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베트남 보트피플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한 미국인은 페이스북에 “이런 나라는 미국이 아니며, (트럼프의 조치는) 미국의 모든 가치에 위배된다”고 썼다.


트럼프는 27일(현지시간) 행정명령을 통해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비자 발급을 최소 90일 이상 중단시켰다. 이튿날부터 이집트 카이로 등지에서 미국으로 가려는 이들이 항공기 탑승을 거부당했다. 미국 공항들에서는 이 나라들 국적자는 물론 미국 영주권자들까지 입국이 금지됐다.


특정 국가 국민들을 잠재적 테러범으로 취급한 조치에 전 세계에서 비난이 빗발쳤다. 이란은 28일 미국인의 입국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보복조치를 취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남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럽국들을 향해 트럼프 정부에 함께 맞서 싸우자고 촉구했다.


트럼프 정부가 난민 정착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 난민 수용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에 대해 유엔난민기구(UNHCR)와 국제이주기구(IOM)는 공동성명을 내고 “세계의 난민과 이주민들의 처지가 어느 때보다 열악하다”면서 난민 재정착 프로그램을 유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트럼프와의 첫 공식 전화 통화에서 각국이 난민을 받아들이도록 한 제네바협약을 거론했다.


워싱턴,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는 수만명이 항의시위를 했다. 공항에 억류된 가족을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연대를 표하는 소셜미디어 캠페인도 펼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행정명령을 뒤집는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뉴욕 연방법원은 공항에 구금된 사람들의 추방을 금지하는 긴급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