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당국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하려던 시리아의 영화 촬영감독의 입국을 막았다고 AP통신이 미 국토안보부 소식통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입국이 거부된 칼레드 카티브는 시리아 내전 와중에 반군, 정부군을 가리지 않고 구조활동을 벌이는 시리아시민방위대(SCD)의 활약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하얀 헬멧>을 촬영했다. 영화는 제89회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올랐다.
카티브는 26일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려 했지만 미 당국의 제지에 막혔다. 카티브는 터키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 국토안보부는 카티브와 관련된 ‘부정 정보’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가 규정하는 부정 정보는 부정 여권 소지부터 테러 연계활동까지 범위가 넓다. 카티브의 부정 정보에 대해 질리안 크리스텐슨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미국에 들어오려면 유효한 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카티브는 앞서 시상식 참석을 위한 비자를 발급받았지만 터키 당국이 이주 초에 그를 구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국토안보부 관계자를 인용해 터키 당국이 카티브를 구금한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으며 그가 여권 권리포기증서를 써야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카티브가 여권 포기 증서를 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티브는 지난 24일 CNN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 상을 받게 된다면 온 시리아 사람들에게 세계 곳곳에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여주게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카티브가 촬영감독을 맡은 <하얀 헬멧>은 미국의 동영상 스트리밍 회사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40분짜리 다큐멘터리 영화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인 시리아시민방위대(SCD)는 영화 제목처럼 ‘하얀 헬멧’이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반군 거점지역인 시리아 알레포에서 민간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구호단체인 SCD는 하얀 헬멧을 쓰고 포탄이 날아드는 내전 현장을 누빈다. 반군은 물론 시민과 정부군을 가리지 않고 구조활동을 벌여 감동을 줬으며 지난해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는 이들의 활약상뿐만 아니라 인터뷰, 터키에서 훈련을 받는 모습 등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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