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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브라질 기성정치 혐오가 불러들인 두 아웃사이더…‘우린 다르다’ 실전에서 증명할 때

브라질 기성정치 혐오가 불러들인 두 아웃사이더…‘우린 다르다’ 실전에서 증명할 때

“나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나는 사업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말이 아니다. 성공한 사업가로서 경력을 앞세워 브라질 최대도시 상파울루 시장이 된 사회민주당(PSDB) 소속 주앙 도리아(왼쪽 사진)가 지난해 지방선거 기간 외친 구호다. 지난해 10월 말 지방선거에서 기성정치권의 부정부패에 대한 반감 속에 돌풍을 일으킨 브라질 정계의 아웃사이더들이 1월1일(현지시간) 시정을 시작했다. 복음주의 교회 성직자 출신으로 브라질 2대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시장으로 당선된 마르셀로 크리벨라(오른쪽)는 이날 시정부의 재정원칙을 발표했다. 이들 앞에는 빈부격차, 재정적자 해소 등 어려운 과제들이 놓여 있다.


도리아는 트럼프가 미국에서 진행한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브라질판을 진행해 유명해졌다. 트럼프처럼 자수성가 스토리를 담은 책을 여러 권 내기도 했다. 도리아는 노동자당(PT) 소속의 시장이었던 페르난두 하다드는 물론 현 대통령 미셰우 테메르 진영 후보들을 모두 누르고 시장이 됐다.


도리아의 승리는 브라질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그만큼 강해졌다는 걸 보여준다.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에는 거의 모든 정당의 정치인들이 얽혀 있다. 수사가 시작되고 매주 정치인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자 국민들은 분노했다. 지난 1일 이과수 폭포 초입에 있는 도시 포스 두 이과수의 시의회에서 열린 시장대행 선거는 브라질 정치가 얼마나 부패로 얼룩졌는지 보여준다. 지난해 10월 지방선거로 선출된 시장이 범죄행위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시의회가 간접선거를 다시 했는데, 시의원 15명 중 10명만 투표에 참여할 수 있었다. 5명은 부패혐의로 체포됐기 때문이다.


도리아는 정치인이 아닌 성공한 기업가라는 경력을 내세워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부정부패, 직권남용 없는 투명한 시정을 약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상파울루의 고질적인 문제인 빈부격차를 해결하겠다고도 했다.


도리아가 ‘브라질의 트럼프’라면 리우 시장 크리벨라는 ‘브라질의 두테르테(필리핀 대통령)’다. 크리벨라는 브라질공화당(PRB) 소속으로, 억만장자 삼촌이 세운 대형교회에서 일했다. 1999년 쓴 책에서 가톨릭 신자를 악마로 묘사하고 힌두교도들을 비난해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그의 당선 또한 정책이나 이데올로기에 따른 선택이라기보다는 기성 정치권의 부패에 대한 반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범죄 많은 리우에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공약으로 시장이 됐다.


크리벨라 앞에는 지난해 리우 올림픽 이후 거덜난 재정 문제가 놓여 있다. 시 정부는 경찰과 공무원에게 봉급도 제때 못 주고 있다. 크리벨라는 1일 연설에서 치안 대신에 경제문제를 내세웠다. 그는 “각 부처는 재정을 집행하기 전에 충분한 자금이 있는지를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의료 등 공공부문 지출을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리지 못하도록 동결시킨 테메르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테메르는 측근들의 비리 혐의 외에도 긴축정책으로 국민의 반발을 사고 있으며 지지율은 10%대로 바닥을 치고 있다. 아웃사이더 크리벨라는 이제 정치실력으로 민심을 얻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