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고통을 줄 것이 뻔한 치료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이 옳을까, 생존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계속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옳을까. 이 문제를 고민하게 만든 호주의 6세 소년 오신 키스코가 악성뇌종양 투병 끝에 2016년 12월28일(현지시간) 새벽 세상을 떠났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현지 언론은 이날 키스코가 서부 퍼스의 집에서 엄마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고 보도했다. 엄마 앤젤라는 “키스코의 여정은 너무나 험난했다”면서 “아들이 더 이상 악몽 같은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아이는 떠났지만 아이의 생사여탈을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 옳으냐는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현지언론 세븐뉴스는 “논쟁으로 나라를 둘로 가른 아이가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육아 사이트에는 “여섯 살 아이에게 판단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이가 살 가능성이 있는데 왜 부모가 진통 치료만 했는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키스코는 2015년 12월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퍼스의 마거릿공주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아이를 담당한 의사들은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부모에게 알렸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의 고통이 너무 심하고 영구적인 지적장애 등 부작용이 심할 수 있다면서 거부했다. 그러자 의료진은 서호주가정법원에 강제 치료를 명령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3월 법원은 화학요법을 받게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방사선치료는 부모가 계속 거부하자 소송이 계속됐다. 앤젤라는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나라면 그런 치료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왜 아들에게 그토록 고통스러운 일을 겪게 해야 하느냐”고 항변했다.
법정 싸움이 이어지면서 이 사건은 ‘부모의 권리’와 ‘치료 의무’를 둘러싼 전국적인 논쟁으로 번졌다. 의료진은 방사선치료까지 했다면 생존확률이 최소 30% 이상은 됐을 것이라고 했으나, 부모는 “극심한 고통과 부작용을 안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아시아의 대체요법이 더 나을 것”이라며 맞섰다.
특히 엄마 앤젤라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 시어머니의 투병을 지켜보면서 생각을 굳혔다”며 아이가 평화롭게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방사선치료는 끝까지 거부했다. 지난해 9월 법원은 부모의 손을 들어줬다. 키스코의 상태가 이미 많이 악화돼 강도 높은 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통증완화 치료만 받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이 판결이 다른 결정의 선례가 돼서는 안된다는 단서를 달았다. 부모의 결정권이 의료진의 판단보다 우위에 있다거나, 생존을 이어가는 것보다 삶의 질이 먼저라는 뜻은 아니라고 했다. 판사는 “치료를 둘러싼 갈등이 오래갈수록 아이에게 쏟아야 할 부모의 사랑과 관심이 흩어질까 걱정했고, 오로지 아이에게 득이 되느냐만 고려했다”고 말했다.
부모는 모든 치료를 중단시키고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아들과 집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키스코는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들의 장례식 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던 앤젤라는 “약속을 꼭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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